대입 특혜 논란 휩싸인 '조국의 딸'…부메랑 맞는 '조국의 입' - 한겨레
장학금 이어 ‘논문 1저자’ 파장
‘논문 1저자’ 등재 전말과 의혹
고2때 의대교수 학부모 ‘인턴십 2주’
학회지 6쪽 영어논문 제1저자 올라
고려대 수시 합격때 논문경력 기재
“2주 인턴만으론 1저자 되기 불가능”
고3땐 공주대 인턴 뒤 3저자 논문
조 후보한테 돌아간 특혜 비판 발언
특목고·표절·부정입학 비판하더니…
의전원도 무시험전형 입학 알려지며
누리꾼 “스카이캐슬 현실판” 꼬집어
청년층 “나와 다른 금수저…화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이례적으로 장학금을 받아온 데 이어, 외고 재학 중 두 차례나 대학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50억원대 자산가인 조 후보자 부부의 ‘배경’을 활용해 딸이 스펙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전원 입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상류층의 특권·특혜를 강하게 비판했던 조 후보자의 각종 발언도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이날 조 후보자의 딸(28)이 서울 한영외고 2학년 때인 2008년 동급생 학부모였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실험에 인턴으로 2주가량 참여했고, 그 결과 작성된 논문의 제1저자로 오른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대한병리학회 학회지에 실린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6쪽짜리 영어 논문에 조 후보자의 딸은 공동연구자 6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제1저자는 통상 해당 연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이가 되는데, 인턴으로 참여한 고교생이 주 저자가 된 셈이다.
조씨는 또, 고3이던 이듬해 여름 공주대 자연과학대 생명공학연구실에서 3주가량 인턴을 한 뒤 홍조식물 유전자 분석 논문을 국제학술대회에서 제3저자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이공계 박사과정생은 “조씨가 이미 의학이나 생물학 연구 경험이나 실험 경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일반 고교생이 2주 동안 인턴을 하고 제1저자가 되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조씨 때문에 논문에 참여하고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은 “학부모끼리 고등학생의 스펙 쌓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0년 수시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입학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논문들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 쪽은 이날 오전 “딸의 (단국대)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및 논문 완성 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학교와 전문가인 학부형이 협력해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을 도와주는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딸은 멀리까지 매일 오가며 프로젝트의 실험에 적극 참여하여 경험한 실험 과정을 영어로 완성하는 데 기여하는 등 노력한 끝에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6~7페이지짜리 영어 논문을 완성했고, 해당 교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의 행보는 과거 조 후보자의 특목고·논문 관련 발언과 사뭇 대비돼 비판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2007년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는 “유명 특목고가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학금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칼럼도 썼다. 조 후보자의 이런 발언들이 지금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이다.
조 후보자의 딸 사례가 지난해 화제 속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류층의 비틀린 교육열을 다룬 드라마에서 수험생 자녀가 ‘스펙’을 쌓기 위해 부모 도움을 받아 논문을 작성하는 사례가 나온다. 한 누리꾼은 “스카이캐슬 현실판이다. 많이 배운 부모라 다르다. 2년 미국 갔다 와 외고 가고, 의대교수급 논문 쓰고 고대 가고, 의전원은 어떻게 갔는지 유급해도 장학금 계속 준다”고 꼬집었다.
조 후보자 딸이 2015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대신 학부성적·영어점수·서류평가·면접 등을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을 두고서도 또래 젊은이들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 커뮤니티인 ‘고파스’ 한 이용자는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대학 시절 내내 의학교육입문검사 보겠다고 매일같이 머리 싸매고 눈물나게 공부하고 아르바이트까지 뛰었다. 너무 화가 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부산대 관계자는 “의전원은 2013년부터 수시 전형에서 의학교육입문검사를 반영하지 않고 있고, 이런 수시 전형은 별문제 없이 학교 방침에 따라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쪽은 이날 오후 고교·대학·의전원 입학전형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를 내고 “(딸이) 부정입학했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지 않기를 바라며, 추후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의 딸은 본인을 두고 ‘포르셰를 탄다’ ‘가정대를 나왔다’ ‘대학에서 꼴찌를 했다’는 글을 올린 이들을 이날 경찰에 고소했다.
최우리 김원철 기자
ecowoori@hani.co.kr
2019-08-20 14:52:39Z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64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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