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산정때…대법 “연장근로, 실 근무시간으로 계산을” - 한겨레

“원심은 법리 오해로 판결 악영향”
장시간 노동자 유리하게 판례 변경
“기존 시급 통상임금 적게 산정
근로자 보호 근기법 취지 어긋나”

근로시간 8시간에 초과 2시간
10만원 통상임금 발생할 경우
10시간으로 나눠 시급 1만원 판단

기존엔 초과 근무시간 2시간을
1.5배 가산해 3시간으로 계산
10만원을 11시간 나눠 9090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버스회사처럼 일상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는 업종에서 임금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시간급 통상임금’의 산정기준이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바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2일 이아무개씨 등 중부고속 퇴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을 정할 때 노동자가 실제 일한 시간만을 합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에서는 연장근로나 야간근로 1시간을 하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가산율(1.5배)을 고려해 1.5시간 일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실제 일한 시간만 적용하라고 판례를 바꾼 것이다. 지급받은 금액 대비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시간당 통상임금이 늘어나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유리해진다. 예를 들어 기준근로시간 8시간과 초과근로시간 2시간을 일한 대가로 10만원의 통상임금이 발생할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은 10만원을 10시간으로 나눈 1만원이라는 것이다. 기존 판례에서는 초과근로시간 2시간을 1.5배한 3시간으로 계산해, 10만원을 11시간으로 나누어 9090원으로 계산됐다. 소송을 낸 버스기사들은 회사가 임금협정에 따라 산정한 ‘시급’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등을 일당액으로 정한 뒤 근무일수를 곱해 월급을 지급받았다. 대법원의 새 판단이 적용되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늘게 돼 일당액 등이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1·2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기존 판례에 따랐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총 근로시간 수를 정할 때 기준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나 야간근로시간의 경우 실제 1시간 일해도 가산수당 산정을 위해 더하는 가산율을 고려해 1.5시간으로 반영해 계산했다. 그만큼 통상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12명의 대법관은 “총 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는 근로자가 실제 근로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라며 가산율(1.5배)을 고려한 연장·야간 근로시간 수를 합산하지 말고 실제 근무한 시간만 반영하라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각각의 근로제공시간에 대한 급여는 같은 액수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 임금 계산 원리에 부합하고 가장 공평하며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가산율을 고려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고,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약정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기존 판례가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된다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기택 대법관은 “근로기준법은 연장, 야간근로 1시간의 가치는 기준근로시간 내의 주간근로 1.5시간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선언했다. 고정수당의 시간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유지하자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계산 방식에 의하면 적게 산정되던 통상임금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유사한 사안의 해석 지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주 40시간 기준근로를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 사업장의 통상임금 산정을 엄격하게 했다. 장시간 노동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우리 조혜정 기자 ecowoori@hani.co.kr

2020-01-22 09:53: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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