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어린이 남매가 보낸 그림편지 “도움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 한겨레

진천서 임시생활하는 11살·3살 남매
숙소 방문에 그림편지로 감사 인사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우한 교민 11살 3살 남매의 손편지. 행정안전부 제공.

“제 동생 감사 편지에요. 글씨를 몰라서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동생 ○○ 누나 □□ 올림.” “우리를 위해 맛있는 밥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O 모든 밥 주신 분, 밥 만드신 분, 모든 분들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병지로 꼽힌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임시 귀국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진천 격리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한 교민 어린이 남매가 방역에 힘쓰고 있는 이들과 도시락을 제공해주는 이들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손편지를 방문 앞에 붙여둬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3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임시 생활 중인 우한 귀국 어린이들이 그림편지로 인사를 대신하고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어린이들의 손편지를 소개했다. 4일 행안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임시 생활시설에 머무는 교민들을 지원하는 정부합동지원팀 직원이 지난 2일 아침 도시락을 배달하러 가다 한 숙소 방문에 붙은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신종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삐뚤빼뚤한 아이들의 글씨가 그림과 함께 쓰여 있었다. 편지를 쓴 아이들은 보호자인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11살과 3살 남매로 지난달 31일 우한에서 1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해 진천 격리시설에 입소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1일 교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방문 밖에다 붙여달라고 요청을 했다. 다음날 직원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길에 요구사항을 수거하러 가보니 이 그림편지들이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정부합동지원팀은 격리된 채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장난감과 크레용, 스케치북을 지급했고, 갓난아이와 임신부를 위해서는 이유식과 과일주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우한 교민 11살 3살 남매의 손편지. 행정안전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남매가 그린 여러 장의 그림에는 흰색 방호복을 입은 방역 관계자들이 ‘안전’과 ‘슈퍼맨’이라고 적힌 망토를 두른 채 손 소독제와 무기로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모습, 바이러스가 손 소독제에 닿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 부엌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아이들은 그림과 함께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위해 맛있는 밥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위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적었다. 현재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우한에서 온 만 12살 미만 어린이들이 각각 22명, 19명 생활하고 있다. 행안부는 12살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 부모와 한방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애초 행안부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노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차와 2차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 701명이 격리 생활을 한 지 이날로 4~5일 정도 되면서 일부 교민들은 고립된 생활에 힘겨워하며 심리치료 등을 요청하고 있다. 입소 5일째를 맞은 이날까지 진천에서만 13명이 심리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민은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고 있는 한 교민은 “정부합동지원팀이 24시간 전화 대기를 하고, 퇴소일이나 식사에 등에 대해 문의하면 최대한 빠르게 확인해줘 불편함을 크게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2020-02-04 07:58:5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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