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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두번의 눈물 닦아주는 이 하나 없었다 - 한겨레

구하라, 두번의 눈물 닦아주는 이 하나 없었다 - 한겨레

극단적 선택 시도자 자살율 일반의 25배
구하라씨 이미 고위험군인데다
절친 설리까지 갑작스레 잃어
‘자살 사별자’ 신호에도 결국 방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배우 최진리(25·예명 설리)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이 ‘구해주지 못했다’는 슬픔에 잠겼다. 징후가 분명했기에 후회가 뒤따랐다. 악성댓글과 집단적 조리돌림, 그에 따른 우울증 등 정신적 외상. 그로부터 한달이 지나 또 한명의 여성이 세상을 등졌다. 이번에도 고통의 징후는 분명했으나 한국 사회는 거듭 구조에 실패했다. 24일 저녁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구하라(28)씨는 이미 지난 5월 한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구조된 적이 있다. 이런 ‘시도’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 중 가장 강력한 징후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1359명에 대한 심층면담 등을 통해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는 이들의 자살률은 연간 10만명에 700명이다. 일반 인구의 경우 10만명에 28.1명임을 고려하면, 25배다. 복지부가 정한 14가지 위험도 평가에서도 제일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자해 2회 이상 또는 자살 시도 1회 이상’ 항목이다. 이 때문에 이미 구씨는 5월부터 ‘고위험군’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양두석 안전생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하루에 평균 38명이 스스로 숨지고, 760여명이 시도한다. 이런 이들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지난 10월 절친했던 배우 최진리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구씨는 갑작스레 ‘자살사별자’가 됐다.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면 슬픔과 죄책감, 분노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실을 겪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견줘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7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은 8.3배에 이른다. 고선규 케이유(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는 “친족만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도 사별자 범주에 들어간다. 외국에선 영향도에 따라 가까운 이의 죽음 이후 개입적 조처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범죄 혐의점이 없어 구하라씨를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자료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범죄 혐의점이 없어 구하라씨를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자료
지난해 구씨의 삶을 뒤흔든 ‘데이트폭력’ 사건이 공개된 뒤 그는 우울증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겹겹이 쌓인 위험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심히 살겠다”며 국외 일정 등을 소화해왔다. 어떤 전문가가 봐도 ‘고위험군’이었던 구씨는 결국 적극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작 현장에선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3년부터 실시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전국 401개 기관 중 15.5%인 62곳에서만 이를 진행 중이다. 구씨 역시 이러한 사후관리를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에 속하게 된 이들을 주변에서도 우선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고선규 교수는 “공인과 팬덤을 가진 이들의 부재는 더욱 영향이 크다. 구씨의 인스타그램 등에 추모 글을 올리는 아이돌 멤버들이나 청소년들도 앞으로 감정 변화를 잘 지켜보고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어 구씨를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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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11:09:3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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