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시장 독점과 같은 말이 아니다…의회서 질타당한 거대기업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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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CEO, 미 의회 청문회 집단 출석
시장 독점과 경쟁 기업 고사로 혹독한 질타당해
‘대기업도 필요하고, 혁신한다’고 하소연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공정 이루겠다’ 가세

미국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29일 출석한 미국 거대 첨단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로이터 연합뉴스

가파(GAFA)라고 불리는 거대 첨단기술 기업들인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최고경영자들이 미국 의회에 불려나와 ‘시장 독점’에 관한 혹독한 질타와 추궁을 당했다. 임기 내내 이들 기업의 정치적 성향에 불만을 터뜨려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이들 기업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대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가세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29일 거대 첨단기업의 시장 독점에 관한 청문회를 열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거,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를 소환했다. 이들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자신들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비판에 따라, 이들이 단체로 의회 청문회 대상이 된 것이다. 이날 청문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 이들 최고경영자들은 온라인으로 출석했다.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과 같은 대기업도 필요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사업을 옹호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세계는 큰 회사도 필요하다고 옹호했고, 페이스북의 저커버크와 구글의 피차이는 자신들의 회사가 혁신을 추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이들 기업들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를 마련중이다. 일부 의원들은 기업 분할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를 주도한 민주당의 데이비드 시실린 의원은 1년에 걸친 의회 조사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배적인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 파괴적이고 유해한 방식으로 힘을 휘두른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구글은 사용자들을 자신들의 웹페이지에 묶어두려고 옐프같은 소기업들이 만든 콘텐츠를 훔지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아마존은 자신의 사이트에 입점한 판매상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비판받았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같은 경쟁기업의 인수합병이 도마에 올랐다. 애플의 앱스토어도 경쟁을 막는 독점으로 지목받았다. 시실린 의원은 아마존이 내재적인 이익상충을 갖고 있다며 판매상을 입점시켜 유사한 제품들을 내놓고는 서로 경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이런 행태는 유럽연합에서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의 이중적 역할은 근본적으로 반경쟁적이고 의회가 조처를 취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쪽이 이들 기업의 독점력을 비판한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점을 공격했다. 공화당의 짐 조던 의원은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며 “거대 기술기업들은 보수에 반대한다”고 공격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 기업들의 온라인 플랫폼이 보수적 견해를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제품들이 중소기업들을 돕고 있고, 자신들도 새로운 기업들과의 경쟁에 취약하다고 호소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기업 환경이 “너무나 경쟁적이어서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거리싸움을 한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회에 처음 출석한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중복된 역할은 이익상충이 아니라면서도 회사가 입점한 판매상들의 매출자료를 봤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아마존은 입점한 판매상들의 매출자료를 살피고서는 인기품목을 자신들이 직접 출시해 판매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그런 행태를 금지하고 있으나, 일부 직원들이 그 정책을 위배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베조스는 “나는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자들을 좋아하고, 나도 그런 사업자였다”며 “세상에는 작은 기업이 필요한 것처럼 큰 기업도 필요하다. 작은 기업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마존 등에 대해 오래 전부터 비판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만약 의회가 몇년 전에 했어야만 할 거대기업에 관한 공정함을 이번에도 가져오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행정명령으로 그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거대 기술기업들이 아주 나쁘게 행동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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