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무용 PC 등의 열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21일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박 시장이 숨지기 전까지 추진해왔거나 실행하려던 각종 사업의 인수인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장님 e메일과 PC를 열람해 어떤 업무들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는지 대강이라도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시장 사망 전까지 큰 덩어리로 굴러갔던 사업들은 큰 어려움 없이 그대로 추진이 가능하고, 정부부처와 함께 추진해온 과제들도 많아 이런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문제는 대략의 계획만 잡혀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을 짜려면 벌써 움직였어야 하는데 시장 권한대행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권한도 없는 데다 기존 사업들 중에서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은 규모를 축소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시장이 평소 소신을 갖고 밀어붙여왔던 사업 주관부서들은 ‘비빌 언덕’이 사라졌으니 추진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서울시 내부에서는 시장 집무실에 있는 자료들을 열람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나가더라도 인수인계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순 전 서울시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시장직을 사퇴했으나, 그전부터 부시장 및 실·국장에게 의사를 밝히고 업무 인수인계를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사퇴 후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대행을 맡은 기간이 2개월에 불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처럼 서울시장의 업무와 관련한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는 기록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 PC가 곧 자료실인데 이대로 열람하지 않고 덮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했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시장 궐위 이후 열린 업무회의에서 실·국 차원에서 추진해온 업무는 실·국장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신껏 하라는 의미이지 전권을 실·국장에게 일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업무용 PC와 e메일을 열람하는 행위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문제는 외부의 시선이다. 피해자 지원단체를 비롯한 여성단체는 서울시를 고인과 동일한 가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시정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시장실 PC를 열람한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순수하게 믿겠느냐”며 “증거인멸을 위한 것이란 말이라도 나오면 수습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 PC뿐만 아니라 비서실 PC까지 열어본들 누가 거기다 ‘○월○일 ○○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함’ 이런 식으로 기록을 남겨놨겠느냐”며 “그러나 굳이 나서서 골치 아픈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현재 시청 6층 시장 집무실은 출입이 차단된 상태다.
July 22,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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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눈초리에…고 박원순 시장 업무용 컴퓨터 열람 고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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