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 발표하고 시장 들썩이게 한 정부 여당, 이제는 언론탓
김태년 원내대표 천도론 후 상승한 실거래 확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이나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같이 유력 정치인을 뽑는 시기가 되면 주식시장에서는 테마주들이 요동을 치곤 한다. 과거에는 순위별로 주가가 갈렸지만 최근에는 토론회의 분위기나 페이스북에 내놓은 발언의 호감도, 당 내에서의 입지 등 다양한 요인으로 테마주들이 움직인다.
테마주로 엮인 당사자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게 일상이다. 주식담당자들은 공시에 주가 급등 사유를 써내기 바쁘니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주가가 오르는 건 이와는 다른 문제다. 테마주로라도 언급이 되면 회사가 주목받고 내제된 가치가 한번 더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테마주로 엮였다가 상승분 보다 더 폭락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가상승을 반기지 않을 주식담당자는 없다.

세종시의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주식 시장과의 차이라면 '매물' 정도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없이 호가가 오르는 게 가능하다. '이 정도 호가인데 거래하겠냐'는 배짱 매물도 나온다. 매도자들도 시장에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아서다. 초창기 한 두개 튀어오른 물건을 보고 해석은 분분하지만, 시세로 자리잡는 건 한 순간이다. 공인중개사들도 쏟아지는 문의에 처음엔 당황하지만 이를 시장으로 받아들인다.
문재인 정부들어 빠르게 집값이 상승하는 시장의 진원지는 정부 여당의 입이였다. 돈 될만한 (혹은 안될지도 모르지만) 말들을 쏟아내고 집값이 오르는 건 투기꾼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언론 탓까지 추가됐다. 서울 집값에 불을 끄겠다고 세종시에 불을 지르곤, "불이야"라고 소리친 사람이 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계에 의지하면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본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들어 집값이 11% 올랐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올해들어서만 20%가 넘게 집값이 오른 곳이다. 평균으로 말이다. 5억원이었던 집값이 평균 6억원이 됐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당연히 20%를 웃돈다. 40% 이상 집값이 오른 곳도 줄줄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도 행정수도 완성논의에 서둘러 동참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현재 시장에 매물은 사라졌고 호가가 오르는 건 사실이다. 시장에 매물이 없으니 거래가 활발히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가 종종 높은 가격에 매매가가 나오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다보니 감정원 통계에 집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내놓은 비판을 곱씹게 된다. 6·17대책이 나온 후 경실련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잠시 주춤했던 상황에서 정부는 5월6일 용산 미니신도시와 재개발 공공참여 등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발표했다"며 "정부의 발표로 용산과 여의도가 들썩였다. 6월 초엔 잠실 스포츠 MICE 민간투자 개발 정보를 흘렸다. 잠잠하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발표 전후 1억씩 폭등했다"고 논평했다.
넘치는 유동성에 주식시장과 다르지 않은 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스파크 하나만 튀어도 순식간에 큰 불이 된다. 정부와 여당에서 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주식에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부동산에는 사람이 산다. 테마주같이 엮어들어가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는 동안 무주택자들은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세종시는 공급부족과 다주택자 매물로 이미 주거불안이 시작된 지역이었다. 정부 여당이 서울 수도권 부동산 문제에 매몰된 동안 세종시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급대책이나 전셋값 상승문제를 얼마나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 특별공급으로 집을 받았다가 정부의 압박을 계기(?)로 처분한 정부에 대고 물어볼 질문은 아닌가도 싶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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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8, 2020 at 08:4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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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돈 된다"…테마주처럼 '뭉칫돈' 몰리는 부동산 시장 [김하나의 R까기]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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